스타트업에서 '딥러닝' 개발자로 일한다는 것

2020. 8. 30. 01:57Personal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던 2017년으로부터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내 커리어중 가장 좋은 시기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스타트업에서 '딥러닝' 개발자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한번쯤 되짚어보는 것도 때론 인생을 돌아보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이란?

여기서 말하는 '소규모' 스타트업이란, 10인 미만의 인원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을 지칭한다.

이러한 규모의 회사는 아래와 같은 특성들을 가지곤 한다.

 

특화된 업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당신은 어떤 업무를 기대하고 갔는가?

만약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렵지만 달성하면 보람찬 딥러닝 과제"를 기대하고 갔다면, 당신은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신은 지금 막 들어간 회사에서 "우리는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면... 축하한다.

당신에게는 주어진 "과제"라는 것이 존재하는 환경인 것이다.

 

때론 예상하지 않았던 업무가 주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진료 도메인에 특화된 음성인식"을 해결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해야할까? 데이터 정제? EDA? 음성인식 모델 개발?

그런것은 일단 데이터가 있고 난 다음의 이야기이다.

과연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의료 도메인에 대한 음성 데이터가 존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그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 당신은 대학병원이나 의료업계에 관련된 곳을 찾아 문의를 해야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 케이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때로는 당신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내가 과연 이런 일까지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만한 일은 언제나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것이다.

 

굳이 딥러닝을 하고싶은 사람은 당신 뿐일수도 있다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용된 개발자 내지는 데이터 과학자이다.

"진료 도메인에 특화된 음성인식"을 개발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드디어 진료 음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딥러닝 모델을 만들기 시작하면 될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정말 딥러닝이 필요한지, 어떤 점때문에 써야하는지,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지 등등...

당신은 회사 동료 내지는 임원진에게 이러한 점들을 설득해야 한다.

당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딥러닝이란, 다른 사람들에게는 "뭔가 돌아가는건 알겠는데 왜 저게 되는지 이해할 수는 없는 미지의 기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이란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일 뿐이다.

대표나 임원인이 "요새 딥러닝이 핫하다더라. 그걸로 한번 해보자"라는 호의적인 입장이 아닌 이상, 당신은 왜 딥러닝이 효율적인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될 당신이겠지만, 너무 위에 나열한 예시들을 보며 겁먹지 않았으면 한다.

때로는 많은 일들에 부딪치겠지만, 이게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면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딥러닝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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